힐 차관보 “한국이 6자회담 어렵게 해”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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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한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지원 방침을 비판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비공개 연설에서 ‘한국이 6자회담 타결 이후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는 게 북한의 버릇을 나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한국의 그런 (대북지원) 발표가 6자회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6자회담 타결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포괄적인 대북 협력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데 이어 정부가 대규모 대북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힐 차관보가 이 연설에서 “6자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6일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연설장소에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의 한 외교관이 참석한 것을 보고 “메모를 해서 서울에 보고해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힐 차관보는 또 한국 정부가 미국과 사전 상의 없이 포괄적 대북지원 방안을 제시했고, 지난 1단계 4차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경수로 문제에 대해 일본과 러시아는 미국을 분명히 지지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을 파악한 직후 이를 정부에 즉각 보고했다. 정부는 이 발언에 미국 정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경수로’ 문구가 들어가는 등 상당히 양보한 내용의 6자회담 공동성명에 사인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는데 (한국 정부가 곧바로 대규모 대북지원 얘기부터 꺼내니까) 미국 내에서의 입장이 난처해져서 그렇게 불만을 토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설회에는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 등 북핵문제를 직접 다뤘던 전직 국무부 관리들이 다수 참석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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