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核해법 모색]‘6자회담 포기’ 카드 처음 내비쳐

  • 입력 2005년 4월 25일 18시 16분


潘외교-힐 차관보 접견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접견실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맞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한국 측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불발될 경우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潘외교-힐 차관보 접견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접견실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맞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한국 측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불발될 경우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이 차츰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6자회담이 불발될 경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는 ‘평화적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강조하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25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 간의 연쇄회담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나오지 않을 경우의 대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북한의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 △미국의 북핵 문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경고 △북한 핵실험 준비설 등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핵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힐 차관보는 23일 방한 일성(一聲)으로 “6자회담 이외의 전향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해보겠다”고 말했다.

25일 힐 차관보와 송 차관보의 회담에서 6자회담 불발 이후 한미가 취할 ‘로드맵’이 테이블에 올랐다면 이는 정부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기울인 각국의 노력을 조만간 평가해 회담 성사 전망이 밝은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6자회담의 틀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6자회담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의 시한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현실적으로 국면을 판단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넣는 최후 통첩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더 이상 6자회담만을 해법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진 측면을 감안한 행보일 수도 있다.

다만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이외의 방안이 곧바로 ‘압박’이나 ‘제재’로 해석되는 것을 애써 부인하고 “외교적인 다른 노력도 있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회담장에 끌어들이려는 마지막 노력으로 풀이된다.

물론 한미가 6자회담 이외의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6자회담 무용론이 공식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6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한미를 포함한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은 결국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6자회담 무산 대비… 北核 다른해법 모색”▽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이 북한의 불참으로 재개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일지 아닐지 평가를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의 연쇄 회담이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6자회담 재개의 ‘6월 말 시한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6자회담 재개가 안 될 경우에 대비한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폭넓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 이외의 방법’에 대해서는 “제재나 압력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반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 연설에서 “북한이 무모하게 핵실험까지 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제까지 고립되어 왔던 북한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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