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北납치 日분노처럼 일제 35년 한국민 분노 알아야”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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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이란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일본이) 일제 36년 동안 수천, 수만 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북한을 편드는 듯한 태도로 비칠 수도 있어 배상 문제에 대한 언급보다 더 큰 외교적 파장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및 피랍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 조작 의혹은 일본의 전반적인 우경화와 맞물려 대북 감정을 악화시킨 최대 현안.

북한은 일본에 전달한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는 주장이 일본에서 제기되고, 이로 인한 대북 제재론이 높아지자 관영 방송 등을 통해 “일본이 지난날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불행과 고통에 비하면 (납치로 인한 일본의 고통은) 그 천만분의 일도 안 된다”며 “과거청산을 회피하려는 일본 특유의 교활성과 파렴치성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논리상으로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인권의 문제를 두고 ‘너희는 더한 일을 했으니 이해하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 일본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 일본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에서 가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유골 문제의 경우 북한이 고의적으로 해서 이득을 볼 일이 없다”며 “(일본이) 너무 성급히 경제제재 등 대응책을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좀 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의도적으로 편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지만, 최근 북한 핵문제 등과 맞물려 일본에서 힘을 얻고 있는 대북 제재론에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 전후세대가 과거사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지 않아 집단적인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발언도 결국 북-일 간의 상황을 빗대 일본의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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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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