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상정]정부 “즉각 폐기하라”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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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이니치신문사가 1952년 발행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설명서에 실린 일본 영역도. 점선 안의 울릉도와 독도(일본식으로 죽도로 표기)가 일본 영토가 아닌 것으로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 사진 제공 신용하 교수
일본 마이니치신문사가 1952년 발행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설명서에 실린 일본 영역도. 점선 안의 울릉도와 독도(일본식으로 죽도로 표기)가 일본 영토가 아닌 것으로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 사진 제공 신용하 교수
23일 오전 11시 3분. 일본 시마네(島根) 현 마쓰에(松江) 시 현 의회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민당 소속 의원이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독도)의 날’로 정하자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안 설명한 직후였다. 형식적인 심의와 의결 절차는 남았지만 재적의원 38명 중 35명이 찬성하고 있어 ‘다케시마의 날’은 사실상 제정된 셈이다. 시마네 현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조례안은 심의를 거쳐 3월 19일 의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05년 독도를 일방적으로 부속 영토로 편입했던 시마네 현 주민 100여 명이 조례안 상정 순간을 지켜보았다. 20대 청년 2명은 산회 직후 자리를 뜨며 “어제(22일) 100주년에 맞춰 상정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의회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마쓰에 시의 분위기는 대체로 이 문제에 무관심한 듯했다. 현 청사 부지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흐르고 있었으나 시내 역과 버스터미널 등 어디에도 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한 택시 운전사는 상정 소식을 전해주자 “며칠 전부터 차량들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떠들더니 바로 그 문제였나”라면서 “의원들은 한국과 문제를 일으키는 일보다 경제 살리기에나 진력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다이구지 사토시(大宮司聰·30) 기자는 “시민 전체가 들뜬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며 “문제는 한일 간의 과거 역사를 모르는 젊은 층이 정계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마네 현과 1989년 10월 자매결연을 한 이후 공무원을 상호 파견해 온 경북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다양한 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경북도는 시마네 현의 공식사과가 있을 때까지 교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시마네 현에 파견한 공무원 소환, 경북도에 파견된 시마네 현 공무원의 출근 정지 조치를 단행했다. 정부는 이날 이규형(李揆亨)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주권침해 행위”라며 “조례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또 “정부는 일본이 진정으로 한일 우호관계의 발전을 희망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도 영유권을 침해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쓰에=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대구=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독도는 한국땅” 일본도 인정▼

일본이 1951년 미국 등 연합국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에도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했음을 보여 주는 일본 자료가 공개됐다.

그동안 일본은 샌프란시스코조약의 1∼5차 초안까지 한국 영토에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와 함께 독도가 들어 있다가 최종 문안에는 독도가 누락됐기 때문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신용하(愼鏞廈) 한양대 석좌교수와 최장근(崔長根) 서울대 국제대학원 책임연구원은 23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사가 1952년 발행한 샌프란시스코조약 설명서에 실린 ‘일본영역도(日本領域圖)’를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를 위해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됐다.

이 조약으로 인해 새로 확정된 일본 영토를 표시한 이 지도에는 울릉도와 함께 독도(일본명 다케시마·竹島)가 일본의 국경선 밖에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

또 이 지도가 실린 책 ‘대일평화조약(對日平和條約)’의 82쪽에는 독도 상세지도와 함께 ‘1946년 1월 29일자 연합국총사령부 명령 677호에 의해 (독도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이 정지됐다’는 설명이 실려 있으나 독도가 일본의 영토로 인정받게 됐다는 내용은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주한 日대사 “독도는 명백한 일본땅”▼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사진) 주한 일본 대사는 23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문제는 한일 간에 분명한 시각차가 있다”며 “하지만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다케시마는 명백한 일본 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노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카노 대사의 독도 발언은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이날 일본 시마네(島根) 현 의회가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을 제출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강력 비난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다카노 대사는 간담회에서 “이 문제(독도 문제)로 인해 한일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적으로 이 갈등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성적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최근 한국 내 여론에 대해 “한일협정 자체가 지금까지 한일 간의 강한 관계 유지에 많은 역할을 했다”며 “재협상을 하자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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