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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월 21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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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21일 저녁 청와대 관저에서 1시간 반가량 김 의원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교육부총리를 맡아 달라”고 거듭 청했으나 김 의원은 고사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김 의원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였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교육 분야 전문가가 아니고, 당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거절했다.
이날 오전 김 의원에 대한 입각 제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10여 명의 소속 의원이 선거법 위반 재판에 계류돼 있어 올 상반기 중 국회 과반선이 무너질 게 확실한 상황. 이 때문에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민주당 파괴 공작”이라고 발끈했다. 다음 달 3일 전당대회에서는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
김 의원에게 처음으로 의사 타진이 있었던 것은 16일.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남미를 순방 중이던 김 의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교육부총리를 제의했으며, 김 의원은 미국 체류 일정을 줄이고 20일 급거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당적은 유지해도 좋다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같은 당의 이낙연(李洛淵) 의원을 비롯한 주변 인사들과 이 문제를 상의해 입각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뜻을 굳혔다.
그리고 21일 오전 김 실장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고사의 뜻을 노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갖고 당을 통합하려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추호도 그런 뜻은 없다. 김 의원처럼 신뢰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당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기용하겠다. 김 의원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로 10여 년간 재직해 대학의 속사정을 알고 있고, 경제는 물론 정보통신 분야에도 밝아 이공계 대학교육 개혁의 적임자로 봤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호남 배려라는 정치적 판단도 한 듯하다.
김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이인제(李仁濟) 후보를 밀었다. 그러나 경선이 끝난 뒤에는 노 대통령의 경제 분야 정책자문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김 의원 외에 다른 인사도 검토해 왔기 때문에 인선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 교육부총리 후보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金明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 조규향(曺圭香)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으로 청와대 참모진까지 연쇄 문책하는 곤욕을 치른 데 이어 또다시 헛발질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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