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여유갖고 천천히 가자”…개혁 완급조절 시사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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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저녁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을 비롯한 당정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3시간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든 일은 당과 국회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천천히 가자”며 개혁의 완급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은 경제가 우선”이라며 “경제가 어렵지만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다.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개혁 완급조절과 경제 중시 발언은 해외 순방 이후 국정운영구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공식일정을 크게 줄이고 임기 3년차의 집권 중반기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3일 중소기업특별위원회 회의와 산업공단 현장방문 일정을 내년 초로 연기했고, 24일로 예정돼 있던 한완상(韓完相) 대한적십자사 총재와의 접견 일정도 미뤘다. 21일 국무회의도 이총리에게 맡기고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평소 하루에 3, 4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던 노 대통령이 일정을 크게 줄인 데 대해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당분간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집권 중반기를 이끌어 가기 위한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하기 위해 연기 가능한 일정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가장 골몰하고 있는 대목은 역시 경제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장과 분배의 선(善)순환 구조’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고 한다. 2년째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사회의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盧대통령 25일 KBS TV 출연▼

노무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성탄절인 25일 KBS 1TV의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해 연말연시를 맞아 국민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 부부는 이 프로그램 출연에 앞서 22일 오후 담낭암 말기로 투병 중인 어머니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을 돌보고 있는 18세 소녀가장 이혜진 양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집을 찾아가 위로했다. 소녀가장 방문은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방영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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