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駐美대사에 홍석현]이건희회장 부시家와 오랜 인연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56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삼성의 미국 내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삼성그룹의 ‘미국 네트워크’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미국 네트워크’의 핵심은 홍 회장의 자형인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부시가(家)’와 맺고 있는 인연이다.

이 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를 지낼 당시인 1996년 오스틴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부시 일가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어 이 회장이 참석했던 1998년의 공장 준공식에 부시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5월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3년간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투자 기념식에도 역시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미국 내의 인적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올해 6월 삼성전자 미주법인 주관으로 뉴욕에서 열린 ‘희망의 4계절’ 자선모금 행사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 농구스타 매직 존슨 등 정치인과 스포츠 스타 등 저명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이 밖에도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윤우(李潤雨)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은 GE,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폭넓은 친분을 맺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번 주미대사 내정과 삼성그룹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홍 회장의 개인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충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홍 회장이 외교를 위해 삼성의 네트워크까지 동원할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홍 회장과 삼성그룹의 깊은 인연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인 A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을 이 회장과 협의하지 않고 홍 회장이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현 정부와 관계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으로서도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