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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8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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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에 대비해 철통같은 보안 속에 극비리에 이뤄졌다.
자이툰부대 방문 사실은 노 대통령과 수행원 및 취재기자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특별기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이륙한 지 25분쯤 지난 7일 오후 8시 35분경(현지시간) 노 대통령이 기내의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와 방문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처음 공개됐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미안한 양해의 말을 하나 하고 싶다. 이 비행기가 서울로 바로 못 간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일부 기자는 “평양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쿠웨이트를 들러서 아르빌에 다녀와야겠다”며 “연말을 기해 아무래도 내가 가서 격려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든 언론이 이라크 방문 사실을 모른 채 노 대통령이 8일 귀국할 것으로 보도한 사실을 염두에 둔 듯 노 대통령은 “8일에 도착한다고 기사를 썼을 텐데 그 오보는 국민들이 다 양해하고 받아주지 않겠느냐”며 “빨리 (이라크 방문) 기사를 보내고 싶을 텐데 내가 아르빌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도와 달라”며 사전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아르빌을 방문한 뒤 쿠웨이트 공항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며 “특히 기내에서 위성전화를 사용하게 되면 쿠웨이트 등 외국 정보기관에서 100%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 달라”고 보안 유지를 각별히 주문했다.
노 대통령이 아르빌의 자이툰부대를 다녀오는 동안 특별기는 쿠웨이트의 알 무바라크 공항에서 7시간 동안 대기했다. 알 무바라크 공항에는 특전사 요원들이 소총과 권총, 방탄복 등으로 완전무장한 채 특별기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폈다.
때마침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노 대통령이 알 무바라크 공항에 도착하기 2시간 전에 전용기를 타고 이곳에 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뒤 돌아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르빌=공동취재단
쿠웨이트=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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