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복지 “국민연금 민간기구에도 못맡겨”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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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회의가 끝난 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회의가 끝난 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 사수’ 발언 파문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김근태 장관 공세=김 장관은 22일 당-정-청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복지부가 아닌 민간인 중심의 독립기구에서 맡도록 합의한 것에 대해 “노후에 국민연금을 지급할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며 또다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책임 있는 운용을 통해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완전히 민간독립기구가 연기금 관리를 맡는 것은 공공성에 어긋난다. 연기금은 국민의 적금통장으로 복지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곤혹스러운 여당=발 빠른 봉합에 나섰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부영(李富榮) 의장에게 긴급히 전화해 난감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어렵게 봉합했다고 생각했는데…여권 내 갈등으로 해석해도 설명할 방법이 없게 됐다”며 여권 내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여당 내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던 의원들도 “처음에는 주무장관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사고를 치는 이유가 뭐냐”며 비판했다.

▽온라인상 공방=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전 회장인 명계남(明桂男)씨가 김 장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친노’ 그룹이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김근태 지지그룹’의 반격이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 장관간의 앙금의 반영이자, 친노 그룹의 ‘반(反)김근태’ 정서를 담고 있어 대권 전초전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김 장관의 홈페이지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멀더’라는 누리꾼(네티즌)은 “형편없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주군을 배신해서 잘된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의부적절’이란 네티즌은 “남은 3년 동안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맞섰다. ‘인’이라는 작성자는 “김근태가 차기 대권구도 안에 있는 것은 뻔한 일이며 그 외 어떤 인물이 있느냐”며 지지했다.

▽재정경제부 해명=재경부 관리들은 다소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병원(朴炳元) 재경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설명회를 자청해 “그동안 복지부와 충분히 상의했으며 종합투자계획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차관보는 “국민연금법, 기금관리기본법, 민자유치법 등의 개정안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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