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美 속쓰려도 한반도 쉽사리 포기 안할 것”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32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남미 순방에 앞서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센추리시티 세인트레지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동포 간담회를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좌파’ 논란에 대해 “성장의 함정이냐 분배의 함정이냐를 구분해 얘기하는데,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시기에 좌파니 우파니 어느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나는 우파정책도 좌파정책도 다 쓸 것이다”고 말했다.

또 “욕심으로는 임기 중 빠른 경제회복 곡선을 그리려 하지만 본격적인 성과는 다음 정권에 나타날 것이라는 목표를 갖고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아무리 우방이지만 친구 나라의 군대를 앞에 세워 놓고, 인계철선이라 이름 붙여 절대 제거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자주국가 위상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1차로 한국군이 방어하고 힘 모자라는 만큼 도와달라는 게 한국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관계는 전혀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의견이 다르면 당당히 얘기할 것이다. ‘그건 찬성하지 않는다. 우리 못하겠다. 되는 것은 되고…’라고. 그렇다고 틀어질 만큼 한미관계가 그렇게 각박하지 않고,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가 미국이 속이 좀 쓰려도 쉽게 포기할 만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한국의 민주노총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대부분 확실한 고용 보장을 받고 있는 안정된 노동자들이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노동운동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증시 및 외국자본 투자활성화를 위해 100조원 규모의 연기금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이걸 풀지 않으면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지금껏 한국 사회의 제1무법자는 대통령이 아니었는가. 법을 지키지 않았고, 그 무법자의 수하들로 몇몇 권력기관이 있지 않았느냐”면서 “빅4(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가 법 위에 군림하고 부당히 억압하고 하는 이런 사회문화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뀌지 않으면 2만달러까지는 갈 수 있어도 3만달러까지는 못 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힘을 좀 빼야한다고 생각한다. 무법자들(빅4 등)의 힘을 좀 빼겠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