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국 작은 실수가 美軍감축 앞당겨”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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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위원장
문정인 위원장
문정인(文正仁)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주한미군 감축은 우리의 무분별한 사소한 행동 때문에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공조보다 (남북간) 민족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미 공조가 안 되면 민족 공조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교수이기도 한 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국제경영원(IMI) 초청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국내경제 파급효과’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 관련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은 9·11테러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이것이 앞당겨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년 말 서울 용산기지 앞에서 미군 헌병이 한국 학생들이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장면을 작년 12월 30일 미국 NBC뉴스가 3∼5초간 방영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당시 이 뉴스를 보고 격분해 ‘God damn it(갓 댐 잇·제기랄)!, Get them out(겟 뎀 아웃·주한미군을 한국에서 빼내라)!’이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로 지상군 감축 논의가 있었지만 감축이 앞당겨진 것은 우리측의 이런 무분별한 사소한 행동과 실수 때문이란 점을 확실히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직접 체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 정부가 반미(反美) 행동을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업인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미동맹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나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덕적 절대주의, 패권적 일방주의를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느냐”면서 “반미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전 세계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동맹이라는 기본축이 없으면 모든 것이 어려워지는 만큼 한미동맹을 틀로 해서 다자간안보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면서 “한미 공조가 안 되면 민족 공조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패권주의,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에서 나오는 전략적 불안정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한미군 감축이 대북 억지력에 큰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가안보에는 보수, 진보가 없으며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한미군 감축의 경제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한미동맹에 지속적으로 균열이 생길 경우 국내금융 및 외환시장,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모임에 참석한 차영구(車榮九)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동맹이 위기는 아니지만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만큼 한반도 안보에 기여할 나라는 없으며 한반도가 통일 이후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소중하게 가꿔가야 할 산”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실장은 또 “우리 사회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변화가 주한미군의 수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위해 기업인들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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