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 왜 여당이 앞장서 불안주나”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목소리를 낮춰온 당내 중도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26일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당내 국보법 폐지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합리적 개정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전날(25일)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입법추진 의원모임’ 소속 의원 60여명이 모임을 가진 직후 열린 것이어서 ‘개정파’와 ‘폐지파’간의 정면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도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이날 국보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되 국보법은 존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임에는 유재건(柳在乾), 안영근(安泳根), 이계안(李啓安), 조성태(趙成台), 유필우(柳弼祐), 김성곤(金星坤), 정덕구(鄭德龜), 심재덕(沈載德), 서재관(徐載寬), 안병엽(安炳燁), 신학용(辛鶴用), 정의용(鄭義溶), 홍창선(洪昌善) 의원이 참석했고, 조배숙(趙培淑),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위임장을 사전에 전달했다.

안영근 의원은 “국보법 폐지는 남북관계가 성숙해진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며 지금은 시기상조”라면서 “우리사회에 골수 주체사상파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유재건 의원은 “북한이 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법안 폐지에 앞장선다고 할 때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태 의원은 “우리가 여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책임져야 하는데 생명과 재산을 지켰던 분들이 반대하는 일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중도 보수 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은 개혁세력이 20%면 여당 체질인 사람들이 30∼40%라고 한다”면서 “지금 굴러가는 상황을 보고 여당 체질인 사람이 반여당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엽 의원은 “지지층에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핵심 지지층(개혁 진보)이라는 분들도 직장 갖고 애를 낳고 하다보면 보수화가 된다. 집권당으로서 불안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덕구 의원이 “우리 지지층이 모두 그런 사람들만(진보 개혁세력) 있느냐”고 반문하자 유재건 의원은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탈당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정책의원 총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제기하려 했지만 회의 시간이 짧아 폐지파와의 격론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격돌은 27일 중앙위원회의와 30일 의원 워크숍으로 미뤄지게 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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