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盧는 어느새 어설픈 마키아벨리"

  • 입력 2004년 8월 18일 17시 22분


"노무현은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다. 그는 어느새 어설픈 마키아벨리가 되었다. 조악한 이분법을 휘두르며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선동가가 되었다."

<노무현 살리기> <노무현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노무현과 자존심> 등의 단행본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밝혀온 전북대 강준만(신문방송학·사진) 교수가 "노무현 일행은 지금 '증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정치 관련 발언을 아껴왔던 강 교수는 17일 발매된 월간 '인물과 사상' 9월호에 기고한 <조중동의 음모에 휘둘리는 노무현:2004년 7월의 한국정치>란 글에서 "과거 그의 지역문제에 대한 진실성, 그 아름다운 도전조차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원고지 220장 분량의 이 글에서 "증오의 정치에 대한 유일한 면죄부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한심한 작태"라며 "왜 그들을 그토록 과대평가하는가? 나는 노무현이 조중동의 음모에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정치가 단지 적대세력의 행위에 대한 반사작용이라면 노무현의 정치는 옳다"며 "그러나 정치는 그런 반사작용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국사회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기회주의 논쟁에 휘말려들게 되었다"며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집단적 기회주의이자 시대적 광기(狂氣)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회주의로 일어선 정당은 언젠가 또다른 기회주의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판을 기회주의의 잔치판으로 만든 1등 공신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강 교수는 또 지난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호남 표를 많이 얻은 것과 관련, "4·15 총선 이전에 민주당에게 준 몰표는 '지역주의'이고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게 준 몰표는 '개혁'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며 "세상에 이런 기회주의가 없었다"고 개탄했다.

강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거칠게 말하자면, 개혁을 위해 호남이 한번 더 당하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민주당을 향해 "열린우리당에 흡수된다거나 하는 추태 부리지 말고 죽을 때 의연하게 죽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은 호남 독식체제에 오랫동안 안주했던 탓에 판단력을 잃고 망한 것"이라며 "노무현을 원망하진 말 것"을 충고했다.

강 교수는 그 까닭으로 "호남인들이 꼭 말 되는 말이라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게 아닌 만큼 노무현의 말 안 되는 말을 비판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임을 이 글에서 지적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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