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박근혜 유신독재 권력의 핵심”

  • 입력 2004년 8월 3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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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또 한번 박근혜 대표를 강하게 공격했다.

이 의원은 3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에 출연해 ‘독재자의 딸’ 발언으로 촉발된 유신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표는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단순한 독재자의 딸로서가 아니라 청와대 2인자로서, 실질적으로 정치에 관여했느냐 안 했느냐를 떠나 유신 체제의 중심에 있었고 긴급조치로 사람들을 마구 잡아갈 때 청와대 권력의 핵심이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이 의원의 주장은 열린우리당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하자 “역사를 보는 눈이 같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문제가 있는 것은 옛날처럼 방어에만 급급하지 말고, 토론하고 비판하고 반성해 털고 가야 국민들에게도 믿음직 스럽게 보인다”며 “야당이 자기들의 과오를 변명하는 것 처럼 보이면 정치나 국회의원은 할 수 있지만 정권은 못 잡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 나라 헌정사에서 헌정질서를 기본적으로 파괴한 것이 군사 쿠데타와 유신”이라며 유신시절을 '독재와 야만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유신이 현대사를 얼마나 후퇴시켰는지, 그 당시 피해를 받은 사람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었는지, 유신 체제의 한 가운데에 서 있던 사람으로서 겸허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박 대표에게 충고했다.

이 의원은 박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박 대표 개인의 노력이 아닌, 유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재산은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의원은 또 “박근혜 체제하에서 당직을 맡을 생각이 없다”며 ‘비주류’로서 박 대표와 경쟁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당내 건강한 투쟁을 통해서 ‘저 당이 자생력이 있구나’하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 주류가 당권을 놓으면 비주류가 당권을 잡기도 해야 당이 건강해 진다”며 주류와의 경쟁에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 의원은 특히 최근 박 대표가 제기한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부나 열린우리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한다든지 시장경제를 존중하지 않는다든지 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데, 정국운영의 미숙함을 가지고 너무 정체성 문제로 공격하면 정말 과거의 냉전시대로 회귀한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시비 거리가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 의원은 하루전인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박근혜 대표에게 이렇게 날을 세우는 것은 차기 대권 후보 경쟁과 관련, 이명박 시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 의원은 “내가 이명박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고 친한 사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한 정치인의 신념과 의지를 정치적 진로와 관련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라며 “그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남을 모략하는 것으로 그런 정치 풍토가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이 의원이 3공부터 시작해서 5공, 6공을 거친 한나라당의 역사를 모르고도 당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이의원은) 내가 누구의 딸인지 몰라서 지난 총선에서 나에게 지지유세를 부탁했느냐"고 반문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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