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물 제거’ 軍반발 컸다…“지나친 양보”

  • 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13분


남북한이 지난달 제2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활동 중단 및 선전수단 제거’에 전격 합의하는 과정에서 남북의 군 내부에서 강한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당시 우리 군은 대북 선전시설 제거에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관련 부처간 합의 아래 도출된 결과였지만 합동참모본부와 군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군의 불만은 ‘남북간 심리전 전력은 10 대 1 정도로 우리가 압도적인데, 선전수단을 다 제거하는 것은 지나친 양보 아니냐’는 것이었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양보하자고 (군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장성급회담 합의 결과에 대해 청와대와 NSC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높게 평가했으나 군 일각에선 ‘군 전력에서 심리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너무 쉽게 심리적 무장해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북 선전 중단이 심리전 부대의 대대적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돌면서 “북한이 한국군의 인력 구조조정까지 한다”는 ‘뼈 있는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장성급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군부의 반발은 북측에서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사분계선 지역의 야전부대들은 남측에 대한 강한 적개심 때문에 ‘선전수단 제거’에 대한 상부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 같다고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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