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非處에 검사 파견하면 기소 가능한가?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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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에 검사를 파견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할까.

열린우리당과 부패방지위원회는 7일 당정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고비처는 수사능력을 갖춘 검사를 불러 쓰면서 동시에 기소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 체계 아래서 이는 불가능하다.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려면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

여당 등이 추진하는 방안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검사의 기소권이 검사 ‘개인’에게 부여된 것인지, 아니면 ‘검찰청 소속의 행정관청’으로서의 검사에게 주어진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검찰청법은 2조에서 ‘검찰청은 검사의 사무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5조에서 ‘검사는…소속 검찰청의 관할 구역 안에서 그 직무를 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7조에는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보면 검사에게 부여된 직무 권한은 개인으로서의 검사가 아니라 검찰청에 소속된 단독 행정관청으로서의 검사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검찰청법이 각 검찰청을 각급 법원에 대응하여 설치하도록 한 뒤 관할 구역을 동일하게 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검사’는 법원에 대응하여 설치한 검찰청 소속의 검사임을 의미하며, 특정직 공무원 개인으로서의 검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례로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대검 중수부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는데, 담당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직무대리 자격을 부여받는다. 법원에 대응하는 ‘관할 검찰청 소속 검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다. ‘직무대리’는 물론 소속 검찰청(중수부의 경우 중수부장과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다.

어느 경우에도 검사는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로서 그 권한을 행사한다.

만일 고비처에 검사를 파견하여 기소권을 행사하게 하면, 고비처에 검찰청 지청을 두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파견 검사는 상급 검찰청의 명령과 검찰총장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고비처장의 지휘나 명령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파견 검사’라는 편법을 동원해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려는 시도는 불법 시비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도 “현행법 체계 아래서 다른 기관에 파견검사를 통해 기소권을 주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꼭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려 한다면 이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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