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방송위, 존재할 이유 없다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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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탄핵방송’ 심의를 스스로 포기했다. 담당 심의기구인 보도교양심의위원회도, 방송위 전체위원회도 결론을 회피하고 모두 뒤로 빠지고 말았다. 방송위의 가장 큰 임무인 공정방송에 대한 감시 감독을 외면한 것으로 중대한 직무유기다. 이번 결정은 이런 방송위가 왜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로 이뤄진 방송위가 객관성을 내세우며 ‘탄핵방송’ 분석을 외부 학회에 의뢰한 것만 해도 ‘책임 떠넘기기’로 비판받아 마땅했다. 보고서가 나온 뒤 표변한 방송위의 모습은 더욱 쓴웃음을 자아낸다. 학자 출신인 방송위 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외부 학회에 분석만 의뢰했지 결론을 내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는 궁색한 변명도 나왔다. 만약 보고서가 다른 결론을 내렸더라면 어떻게 나왔을까.

방송위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심의 각하’ 결정이 내려진 것은 방송위원의 다수가 대통령과 여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방송위가 결론을 회피한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우산’ 안에 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의 방송위원 선출방식으로는 앞으로도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위의 ‘실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권력 편향을 보이고 있는 방송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방송시장의 거의 전부를 점유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권력’이 고삐 풀린 독주를 계속할 경우 국가적 폐해는 엄청날 것이다. 방송위를 이대로 둘 순 없다. 방송위 ‘바로세우기’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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