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파병]활동기간 넉달… 연장도 불투명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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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구체적인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국방부는 장비 병력 수송, 현지 숙영지 건설 등 실질적인 파병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서희·제마부대를 통합한 자이툰부대(3655명)는 8월 말부터 파병기간 종료일인 12월31일까지 4개월간 이라크에서 평화재건활동에 나서게 된다.

▽파병규모 축소 가능=추가파병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2차 본대를 ‘1차 본대 정착 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선발대외 1차 본대를 사단사령부와 1개 민사(民事)여단 등 2000명 규모로 구성할 방침이다. 따라서 2차 본대는 1000명 규모에 그치게 된다.

국방부는 1차 부대 정착 기간이 최소 1개월에서 수개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빨라야 10월 초에나 2차 본대가 파병될 전망이다.

이는 이라크 중부 키르쿠크가 추가 파병지로 거론되던 1, 2월경 국방부가 자이툰 부대원 3000명을 4월 20∼29일 4차례에 걸쳐 신속히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과는 대비된다.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관계자가 “파병지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재건 지원 소요’를 파악해 2차 부대를 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은 2차 부대의 파병 기준이 국방부 내에서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파병 재검토를 강력히 주장할 경우 2차 파병이 아예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빌의 새마을운동=자이툰부대는 현재 아르빌에서 실시할 70개의 평화재건 임무과제를 마련하고 있다.

파병 활동의 핵심은 재건 사업이다. 미군을 지지하는 쿠르드족의 자치 지역인 아르빌은 지난해 이라크전쟁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과거 수십년에 걸친 후세인 정권의 압박으로 크게 낙후돼 있다.

자이툰부대는 우선 현지에 ‘한국형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을 조성해 한국의 60, 70년대 개발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또 하수도 시설 및 쓰레기처리장을 건설하고 학교 및 공공기관의 건물 보수와 기자재 지원 등의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현지의 높은 실업률을 감안해 농기계 수리와 제빵기술 등을 가르치는 직업교육센터도 건립된다.

이와 함께 파병지 주민들이 한국군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 뉴스 방송의 아랍어 자막 방송 △한국형 놀이공원 건설 △태권도 교육 및 사물놀이 공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자이툰부대 중 실제 건설 공병 임무를 담당할 부대원이 560여명에 불과해 현지인들이 기대하는 지원 사업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은 한국군에 총을 원했고 아르빌 정부는 한국군에 삽을 원했는데 한국군은 태권도복과 축구공만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산 넘어 산=8개월간 끌어온 파병이 드디어 시작됐지만 국방부는 걱정과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11월경 정부가 제출할 파병기간 연장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 말까지로 돼 있는 파병 기간이 연장되지 못하면 각종 재건 사업을 중도에 포기해야 한다. 이는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려던 계획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르빌 정부는 1억5000만달러(약 1740억원) 규모의 시(市) 순환도로 건설, 2만9500여가구의 난민 지원까지 요청하고 있어 현지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 밖에 한국군이 맡을 니나와 지역이 이라크 테러단체들의 활동 거점인 모술과 가까워 테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걱정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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