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行 요구 탈북자 7명 강제北送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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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안산(安山) 탈북자 수용소에서 한국행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탈북자 7명이 지난달 중순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에 송환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달 초 이런 사실이 탈북자 지원 단체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도, “그런 사실 없다”는 중국 외교 당국의 말만 믿고 그동안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중국 당국이 투먼시 수용소에 있던 탈북자 7명을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북으로 송환했다고 14일 통보해 왔다”며 “그러나 구체적 송환 일시는 알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탈북자 7명이 한국행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바람에 중국 공안 당국이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 같다”며 “북송 시기는 탈북자 지원 단체가 주장했던 ‘지난달 중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들 탈북자 7명의 단식 농성 소식이 전해진 3월엔 “별일 아니다. 북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들의 강제 북송설이 공개된 이달 초엔 “중국 당국에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 없다”고 장담해 왔다.

이에 따라 이선진(李先鎭) 외교부 정책실장은 이날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한국민은 그들 7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북송됐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하고 “그들이 북한에서 박해받지 않도록 중국이 최대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리 대사는 “북한은 최근 반체제 관련 탈북자가 아니면 처벌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들 7명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체류했고, ‘고향(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자술서까지 쓴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최영진(崔英鎭) 외교부 차관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만나 재차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들 탈북자 7명의 한국행을 추진해 온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千璂元) 대표는 “7명의 탈북자는 20대 여성 3명, 30대 여성 3명, 30대 남자 1명 등으로 이들은 모두 탈북을 3∼5차례씩 한 전력이 있어, 목숨 걸고 단식하며 한국행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중국 정부가 이들을 끝내 북송한 것은 한국 정부가 이들의 한국행을 위한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이들 7명이 북한에서 처형당할 경우 그들을 죽인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 당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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