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총선승리 51일만에 與 주도권 흔들

  •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56분


여권이 4·15총선 승리의 자축 분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6·5 지방선거 재·보선 패배의 충격에 휩싸였다. 여권은 총선 51일 만에 반여(反與) 정서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 패배가 여권에 뼈아픈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경제위기 논란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계기로 한 안보위기 논란 속에서 ‘개혁 드라이브’로 정국 돌파를 구상해 왔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구상 자체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무엇보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이번 재·보선 참패는 개혁 드라이브의 추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영남 교두보 확보의 카드로 내민 ‘영남발전특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산 유치, 그리고 김혁규(金爀珪) 의원의 총리 지명이 모두 ‘효용 없음’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영남대책의 재검토도 불가피해졌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이 급변 조짐을 보인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전남지사는 물론이고 호남지역 3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곳도 건지지 못한 것은 단순한 ‘민주당 동정론’ 차원을 넘는다. 호남 표심에는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는 것 같다는 관측도 나돈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이런 한계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주요 정책결정 때마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특유의 ‘대중정치’를 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지도력 부재의 공황상태를 맞았다. 더욱 큰 문제는 열린우리당이 지향하는 ‘진성당원’의 확보가 조기에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내년 초 열리는 전당대회 이전에 지도력을 갖춘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지도력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대여(對與)관계에서 여유를 갖고 ‘합리적 보수정당’으로의 변신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내달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의 압승은 물론 차기 대권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성급한 분석도 많다. 대여 견제력도 강화돼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권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전남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도 ‘실지(失地) 회복’의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론이나 의원들의 탈당설은 당분간 고개를 숙일 전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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