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韓美동맹 ‘새 부대’에 담아야”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50분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계기로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새롭게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간으로 ‘한미동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은 “과거 수차례의 주한미군 감축도 현 방위조약 틀 내에서 아무 문제없이 이뤄졌다”며 개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새 술’(신 한미동맹)은 ‘새 부대’(신 방위조약)에 담아야 한다”는 정부 내 ‘자주적 목소리’가 점차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방위조약 개정’ 목소리 솔솔=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19일 주한미군 차출에 대한 공식설명문에서 “지난 50여년간 (한미간) 사전협의 절차 없이 주한미군의 감축 등 주요 변화가 일방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사전 협의 제도의 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위조약은 손대지 않고, 사전협의에 대한 다른 장치를 두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사전협의제를 논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방위조약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의 한 법률 전문가는 “방위조약 4조엔 ‘미군이 한국 영토와 그 부근에 주둔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주한미군의 이동이나 작전 출동에 대한 한국의 권리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주한미군이 역내외 사태에 대응하는 신속기동군의 성격으로 변화되면 한국은 방위조약을 개정해 주한미군의 작전 출동을 통제하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원치 않는 분쟁에 휩쓸릴 위험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한때 이런 문제를 감안해 비공식적으로 방위조약 개정 필요성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자료 수집 작업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파,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외교부 북미국은 “방위조약 개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방위조약은 이미 ‘대북 억지력’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확보’를 목표로 하고 제정된 것이어서 최근의 주한미군 성격 변화의 폭을 수용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동맹의 힘은 ‘조약’이 아니라 ‘상호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약 개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상호 신뢰 약화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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