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자금 수사 의미와 평가

  • 입력 2004년 5월 21일 17시 10분


이번 대선자금 수사는 '성역'으로 여겨져 온 현직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을 검찰이 정면으로 문제 삼고, 갓 집권한 살아있는 권력이 연루된 정경유착의 흑막을 파헤치며 '깨끗한 정치'로 가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 300여억원이란 거액이 제공된 삼성 채권의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처벌 정치인 중 대부분이 야당 소속이란 점도 뒷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정치' 길 뚫은 검찰의 칼=9개월 동안 검찰은 정치투쟁 등의 방법으로 저항하는 정치권과 경제위축을 볼모로 시간끌기 작전을 벌이는 기업들을 상대로 사투를 벌였다.

그 결과 사상 유례없는 현역 의원들의 줄구속은 '검찰발 정치개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불법 정치자금 뿐만 아니라 비자금, 분식회계 등 기업내부 비리까지 철저히 파헤쳐 재계 스스로 투명한 경영을 외치게 하는 성과를 냈다.

△아쉬운 점=800억원대의 채권 중 검찰은 302억2000만원에 대해서만 사용처를 확인했다. 검찰은 나머지 500억원은 사용되지 않아서 흐름을 추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채권이 정치권에 더 유입됐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검찰은 "채권 매입을 담당한 삼성증권 직원 2명이 해외체류중이어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 연루 정치인의 사법처리 수위와 관련, 검찰은 불법자금의 수수 시점과 액수, 불법성 인지 여부 등 나름대로 기준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야당 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출구조사'는 안 해=검찰은 한나라당에 대한 '출구조사'(대선자금 사용처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7대 총선이 끝나 정치적 상황이 정리됐고, 227개 지구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한나라당이 천안연수원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국가에 헌납하기로 해 불법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이적료'를 받은 의원 8명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경우에는 사안이 다르고 당의 요청에 따라 복당했으며, 선거지원 활동비 외에 별도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짓고 불입건 조치했다.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검찰은 대선자금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선처를 베푼 기업들의 탈법행위에 대해 앞으로 한층 엄정한 수사를 벌일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앞으로 유사행위가 재발할 경우 `관용은 없다'는 공식 경고인 셈이다.

검찰은 또 새로 발생하는 정치권 및 권력 주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비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원칙으로 엄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검찰은 불법자금의 중간전달자에 대한 처벌 규정 등 이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자금법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

디지털뉴스팀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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