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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1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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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한 김혁규(金爀珪·전 경남지사) 대통령 경제특보를 두고 여야가 기세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왜 그토록 김 전 지사를 '고집'하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영남 공략의 일환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노 대통령도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당력이 약한 지역의 인재를 중히 쓰고 '전면'에 내세워 전국적인 당의 면모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다는 두 사람의 인간적 '신의'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다른 측근들은 노 대통령이 불러야 대통령을 면담할 수 있지만 김 특보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만나 스스럼없이 정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총선 직후인 4월20일 청와대 만찬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이 헤드테이블에서 노 대통령에게 각종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자 같은 헤드테이블 앉아있던 김 특보가 "지금은 민생을 살릴 때다"라고 반박했고, 노 대통령도 별 이의를 달지 않아 참석자들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과 김 특보는 둘 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지만 직접 인연을 맺게 된 것은 95년 이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지방선거 경남선대본부장을 맡았을 때 김 특보를 처음 만났는데, 서로 당은 달랐지만 호탕하고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둘은 꽤 오랫동안 자주 만나왔다. 노 대통령이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에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나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당시 경남지사이던 김 특보를 독대하며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으며, 성공한 'CEO 도지사'로서 국무위원을 상대로 직접 도정 개혁사례를 보고토록 할 정도로 배려하기도 했다는 것.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영남 공약과 지역주의 타파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던 노 대통령은 김 특보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며 3선의 도지사직을 내던지는 대가로 '특별한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당력이 약한 지역에는 정책적으로 의견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지역의 인재를 중히 쓰고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박봉흠(朴奉欽) 대통령 정책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특보는 나도 잘 알고 인간적으로 보면 반대할 사람이 아니지만 상생의 정치라는 큰 틀에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천영세(千永世) 의원단 대표도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개혁정신에 합당한 인물인지 의심스럽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김 특보의 총리 지명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디지털뉴스팀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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