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 사고 수그러들지 않는 암살설

  • 입력 2004년 4월 26일 15시 58분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외부 구호물자 수송이 26일 북한 접경의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노린 것이라는 유언비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줄잇는 구호 활동=중국이 외국정부로는 처음으로 사고 수습 지원에 나선 가운데 26일 오후 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으로 들어갔다. 단둥 세관 관계자는 "지원 물품은 대부분 의약품, 모포, 텐트, 라면 등"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트럭 300대 분량의 구호 및 복구 자재를 북한에 무상 지원키로 했으며 철강재 300t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25일 모포 2000장, 텐트 300개, 라면 등 50만위안(약 7500만원) 상당의 1차 구호물자를 북측에 이미 전달했다.

또 26일 오전 슬레이트 시멘트 등 건축 자재와 면화, 신발, 과일 등 생필품을 실은 80여대의 중국 및 북한 물품 트럭들이 단둥을 통해 신의주로 건너갔다.

평북 번호판의 한 북한 트럭 운전기사는 "무역 물품들이며 목적지는 신의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사고 수습을 위해 이들 물품을 용천으로 수송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 민간단체의 지원 움직임도 활발하다. 25일 대북지원단체인 굿네이버스 관계자가 단둥을 찾아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만나 지원 대책을 논의한데 이어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피해동포 돕기 운동본부' 소속 민간단체 관계자 5명이 27일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단둥에 도착한다.

한편 민경련 단둥대표부의 실무자 안모씨는 "아직 남조선(한국) 단체의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구호물자를 지원한다면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 민간단체의 접촉창구는 민경련 베이징(北京)대표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그러들지 않는 암살설=22일 발생한 용천역 폭발 사고와 관련해 용천과 신의주 일대에는 김정일 위원장 암살 기도설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 방중기간 신의주 일대에는 김 위원장의 암살을 꾀하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돌았다"면서 "사고 발생 5일이 지났음에도 이런 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북한 보위부의 반(反)체제 인사 색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초 김 위원장은 귀로에 신의주를 방문한 뒤 정오경 용천역에서 환영행사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불순 세력의 테러 첩보를 입수한 북한 당국이 일정을 바꿨다는 소문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용천역 폭발 사고가 맞물리면서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가 입과 입을 통해 더욱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폐쇄 사회가 갖는 체제 속성상 이런 루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