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구호外交’ 北빗장 열릴까

  • 입력 2004년 4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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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향후 북-미관계의 개선과 남북간의 ‘핫라인’ 복원 등 대북정책 재조율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본질적 변화가 없는 만큼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향후 행보=미국은 우선 용천역 사고를 공화당 정책의 홍보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사고현장에 테러징후는 없다. 북한이 희망하면 돕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 대처한다는 원칙 아래 북한 정권에는 핵 포기를 압박하면서도 유엔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한 식량지원 규모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오히려 늘렸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미 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실상과 행정부의 대북한 시각을 홍보하고, 공화당 정책의 도덕적 정당성을 과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결과적으로 북-미 접촉 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북한에 손을 내밀 것이며, 북한도 ‘미국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식만 갖지 않는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사정=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용천역 참사가 남북간 ‘핫라인’ 복원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25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가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도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이다. 강력한 안보정책과 너그러운 인도지원 정책을 앞세워 ‘강성 일변도’라는 당의 대북관을 유연하게 바꿀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내의 대북경제지원 강화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속내=정부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북한 당국에는 악재(惡材)”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가 묻히고, 대중국 무역의 숨통인 신의주∼용천의 철로훼손으로 경제전반에 압박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사건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 언론에는 간단한 사고소식만을 발표하고, 해외언론에 피해자 숫자를 강조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내부 결속을 흩뜨리지 않는 선에서 주민들에게 알리는 반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은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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