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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3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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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사견임을 전제로 “다른 어떤 대안을 고려하더라도 고 대행을 능가할 만한 총리감이 없다”며 “개각을 하게 되더라도 굳이 고 대행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이 같은 고 대행의 ‘총리 유임’ 주장은 여권 내의 ‘대안부재론’이나 ‘대야(對野) 협력정치’ 구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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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권 내에서는 탄핵사태가 마무리된 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 총리의 기용과 함께 집권 2기 내각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쪽이 대세다.
그러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김혁규(金爀珪) 대통령경제특보 카드가 여의치 않은 데다 달리 대안도 없다는 데 여권 내부의 고민이 있다.
우선 김 특보를 총리로 지명할 경우에는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김 특보가 경남지사직을 사퇴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전력을 한나라당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17대 국회가 초장부터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어렵게 교두보를 확보한 영남권에서 반노(反盧)기류가 도리어 확산될 수도 있다. 정 의장의 경우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내 유력주자들의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행정부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곧바로 총리가 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고 대행 유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고 대행 본인의 사퇴 의지가 워낙 강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고 대행 유임론은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 내에서 불거진 당의 내각 장악 주장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 대행은 탄핵문제 해결 후 총리직 사퇴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2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직접 전하지는 않았지만 이심전심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고 대행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정이 나는 즉시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고 대행은 노 대통령 복권 시점이 가장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때라고 판단하고 있고, 설령 노 대통령이 붙잡더라도 사퇴 결심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노 대통령의 의중은 아직 안개 속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2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당-청 관계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당과 내각에 주요정책 결정권을 상당부분 위임하며 △대야 관계는 대화와 협력 기조로 가겠다는 집권 2기 국정운영의 기본구상을 내비쳤다.
따라서 고 대행의 유임 여부를 포함한 차기 총리 문제도 결국은 이 같은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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