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한나라-열린우리당사 주변상가 매출 격감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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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잇달아 당사를 옮기면서 주변에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열린우리당은 당사 이전 시기가 인근의 서울방송(SBS) 사옥 이전과 겹치면서 구(舊)당사 주변의 상권을 ‘무너뜨렸다’는 원망을 듣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에서 옛 영등포 청과물공판장으로 옮겨간 것은 13일경. 마침 얼마 전 1일엔 근처의 SBS까지 목동사옥으로 옮겨간 바람에 주위 상권이 큰 타격을 보았다.

식당이나 커피숍 등 요식업체들은 30∼40% 매출이 하락했다. 근처 J식당 관계자는 “지구당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대목을 맞았다가 당사가 이전된 후엔 파리만 날린다”며 답답해했다.

음료수 소모품을 대던 편의점이나 매점도 마찬가지. 편의점을 운영하는 노모씨(41)는 “당원은 물론 전·의경까지 오질 않으니 타격이 크다”면서 “열린우리당한테 섭섭하다는 상인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상권 규모로 치면 SBS가 빠져나간 게 훨씬 영향이 클 것”이라며 “최근 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다보니 상인들도 공백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세간의 화제가 된 한나라당 ‘천막당사’ 부지는 공교롭게도 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재벌기업의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선 곳. 한나라당이 자리한 곳은 여의도 중소기업전시회장이 있던 터. 맞은편의 SK빌딩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대우건설 롯데건설 LG그룹 한화증권 등 한나라당과 정치자금으로 연계된 기업의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사 오던 날 SK빌딩 직원들이 창가에 몰려나와 구경했다”면서 “안됐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현재 천막당사는 아직 제반시설이 다 갖춰지지 않은 상태. 물도 부족하고 화장실엔 냄새마저 난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안 그래도 껄끄러운데 민원까지 생기면 곤란하다”며 사무처 직원들의 인근 빌딩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당사 경비를 맡은 전·의경들만 화장실 등을 이용하기 위해 ‘적지’를 드나들고 있다.

인근의 한 빌딩관리인은 “한나라당이 온 뒤 방문객이 늘었지만 알 만한 얼굴은 못 봤다”면서 “고위급들은 마주치면 서로 어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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