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무시하는 공무원들…전공노-전교조 정치적 중립성 논란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38분


코멘트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은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전공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3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특별결의문 채택 여부를 안건으로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지방공무원법에 따라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이 결의문이 채택될 경우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집단화 하나=전공노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시 시민회관에서 400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 2주년을 기념하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공노는 제17대 총선과 관련해 민노당에 대한 지지 표명을 담은 특별결의문을 채택하는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의원대회에 앞서 16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이미 특별결의문 채택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특정 정당 지지에 대한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아 결의문 채택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결의문 채택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경우 국민 정서상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채택 찬성측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론을 폈다.

이 때문에 ‘민노당’이라는 특정 정당의 명칭을 빼고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정도의 중재안이 채택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공노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수준의 결의문을 채택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에 동조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경우에도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한편 전공노는 결의문 채택과는 별개로 중앙위원회에서 상설위원회로 ‘정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해 정치집단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위원회는 앞으로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공무원의 참여 및 역할을 강화하고 진보정당 및 민주세력과의 연대 협력사업을 벌이게 된다. 또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 정책의 철폐를 추진하는 핵심기구로 활동할 예정이다.

2002년 3월 23일 결성된 전공노는 경찰과 교원을 제외한 전국 행정 사법 입법 국립대학 6급 이하 공무원 13만여명이 가입해 있는 국내 최대의 공무원조직이다. 그러나 아직 법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단 지켜보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전공노와 전교조에 “단체 명의 또는 공무원 개인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며 ‘법에 위배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행정자치부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해 공무원 기관과 단체에서 잇달아 대통령 탄핵안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김주현(金住炫) 행자부 차관은 이날 “의문사진상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은 각 기관 또는 단체장이 처벌하고 교사에 대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전교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3일 탄핵 무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교사 1만7365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에서 “거대 야당이 부패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어 “집권 여당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탄핵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여당이) 탄핵정국을 국회의원 선거와 연계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국민에 대한 또 다른 기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국민적 저항권을 발동해 수구 부패 집단을 의사당에서 끌어내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사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원영만(元寧萬) 전교조 위원장은 공무원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과 관련해 “교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선언은 특정 정당이 아닌 무능하고 부패한 16대 국회 전체에 대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의 총선 수업이 정치색을 띠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번 주 중 수업 자료를 공개해 사회적 검증을 받는 한편 일선 학교 수업을 학부모가 참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교사 개인이 수업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교조의 시국선언문이 선거법에 위배되거나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