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근태 영호남 찾은 뜻은?

  • 입력 2004년 3월 23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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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이후 '몸 조심' 분위기속에 민생행보에만 주력했던 열린우리당이 23일 영남과 호남을 찾았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부산과 마산을 방문했고,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광주를 찾아 지역 민심을 점검했다.

이날은 한나라당이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었던 날. 이에 맞춰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대거 영호남을 방문, '민주투쟁'의 깃발을 올린 것은 다분히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정 의장과 김 대표의 메시지도 "헌정 파괴세력을 심판해달라"는데 맞춰졌다.

부산을 방문한 정 의장은 전날(22일) 부산 KBS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산 18개 지역구 중 17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고무된 분위기였다. 정 의장은 부산 대청공원 내 충혼탑을 참배한 뒤 인근 민주공원 내 민주항쟁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마 항쟁의 영령들에게 3·12 의회쿠데타로 민주 헌정질서를 지켜내지 못한 죄를 고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부산 평화시장 내 음식점에서 재래시장 상인들과 오찬간담회를 갖은 뒤 마산으로 이동, 3·15 국립묘지 등을 참배했다.

광주를 방문한 김 원내대표는 5·18 묘역을 방문, 방명록에 '약무광주 시무민주(若無光州 是無民主·광주가 없었다면 민주주의도 없었다는 뜻)' 라고 서명한 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열사들의 묘비앞에 묵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광주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3·12 의회 쿠데타'를 막지 못한데 대한 부끄러움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민주헌정수호'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의 '자세 낮추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부산에서 "현 지지율에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조심스러워했고, 배석했던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정치개혁이라는 초심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선거 전략이다. 130석+@ 정도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130석은 가장 보수적인 계산을 했을 경우"라고 귀띔했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태도는 당과 후보자들이 높은 지지율때문에 자만에 빠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 최근 열린우리당은 의원직 사퇴 번복, 공천잡음의 후유증으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당 게시판에도 "1당 다 된 것으로 생각하느냐" "겸손해라"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이날 22일 밤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공천문제로 탈당했다 복당한 유선호(柳宣浩) 전 의원의 안산 단원을 공천을 전격 철회한 것도 역풍을 의식한 초강수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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