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대행 “특별사면에 입법부 개입 안된다”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33분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면법을 포함한 3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직무정지 상태인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 서서 사안을 다루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사면법 개정안은 노 대통령이 부처님 오신 날(5월 26일)을 기해 단행할 예정이었던 대북송금사건 관련자 6명에 대한 특별사면 문제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는 야당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고 대행체제에 호의와 협조를 표시해 온 야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일단 주목된다.

거부권 행사 법안의 재의결 정족수인 국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야권이 재의결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고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양해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고 대행체제와 야권의 관계가 새롭게 설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고 대행측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별사면이 원칙상 행정부와 사법부간의 문제인 만큼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입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입법부 개입의 소지를 열어둘 경우 여야간에 특별사면의 대상을 놓고 정치적 흥정을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총리실측의 얘기다.

이와 별도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개정안은 1300억원의 재정부담이 예상되고,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은 6·25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희생자 모두에게 보상 확대가 불가피해 재정부담이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점 때문에 거부권 행사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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