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규탄 잔업거부’ 무슨 소리인가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50분


민주노총은 과연 순수한 노동자단체인가, 정당 아닌 정당인가.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규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잔업거부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니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탄핵 문제는 기업 노사간 다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대통령 탄핵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탄핵 상황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사(使)측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은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로 잔업을 거부하는 것만으로도 노사관계법상 불법의 소지가 짙다. 더구나 조합원들에게 ‘경찰이 불법 집회로 결론 내린’ 탄핵규탄집회에 참석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이중의 불법으로 몰아가는 처사다.

민노총의 이 같은 투쟁 행태는 당장 산업현장에 미칠 생산 차질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우려케 한다. 정부가 ‘노사관계 안정’을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이런 민노총을 보고 선뜻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민노총 산하 노조들을 상대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도 이런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투자를 하고, 정규직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하고 싶겠는가. 또 대통령 탄핵 자체보다는 노동계의 이런 투쟁 모습이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투자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내수 회복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민노총이 진정으로 경제를 걱정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업자들의 아픔도 함께 느낀다면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킬 이런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정국 상황에 사사건건 개입해 여차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사회 불안과 경제위기를 증폭시키는 심각한 일탈(逸脫)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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