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국방 보좌관 교체]외교안보라인 11개월만에 물갈이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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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외무장관회의에서 통역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P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외무장관회의에서 통역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P
30일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이 교체됨에 따라 최근 반기문(潘基文) 전 외교보좌관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이 완전히 물갈이됐다.

청와대측은 나 전 보좌관을 군 출신인 권진호(權鎭鎬) 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 교체한 것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현안 해결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간의 갈등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 전 보좌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면서 정부 외교 안보라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이라크 파병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또한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해 조직 장악에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탓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차장이 NSC를 총괄하고, 나 전 보좌관이 4대 강국과의 대외 접촉창구 역할을 맡도록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비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나 전 보좌관에 대해 “대학교수 출신이라 명석하지만 조직적 사고가 좀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이라크에 대규모 전투병을 파병하자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동맹파’로 꼽혀왔다. 그는 이 때문에 NSC 내의 ‘자주파’로부터 비판을 받으며 상당히 마음고생을 해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런 전후 사정에 비춰볼 때 이번 인사로 이 차장을 비롯한 자주파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해석이 많다. 권 보좌관의 경우 이 차장의 고교 선배인데다 공직을 떠난 뒤 잠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이 차장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군과 국정원을 거치면서 해외 및 대북 정보 분야에 밝은 권 보좌관을 기용한 데에는 이 차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상반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군사전략정보통인 권 보좌관을 NSC의 총괄 책임자로 기용하고 국방보좌관에는 해군 출신인 윤광웅(尹光雄) 비상기획위원장을 기용한 것은 ‘자주국방’ 노선을 구체화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윤 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노 대통령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종일씨 日대사 내정▽

한편 나 전 보좌관은 일본 대사로 내정됐고, 김 전 보좌관은 비상기획위원장이나 외국대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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