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측근비리 연루 파문]野 “닉슨도 거짓말때문에 물러났다”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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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재정경제부 회의실에서 경제 민생 점검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신이 측근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졌고, 야권에선 하야 요구를 하고 나선 상황 때문인지 표정이 착잡해 보인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재정경제부 회의실에서 경제 민생 점검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신이 측근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졌고, 야권에선 하야 요구를 하고 나선 상황 때문인지 표정이 착잡해 보인다. -박경모기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직접 연루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듯한 분위기다.

야권은 “노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명확해진 만큼 대통령이 하야(下野)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파상 공세를 폈다. 노 대통령이 경영에 관여한 장수천 비리와 측근 문제에 대해 스스로 말을 바꿔온 점도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3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29일)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에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또 ‘하야’라는 용어를 직접 구사하며 노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아니라 거짓말이 계기가 돼서 탄핵을 당했다”며 “대통령직은 그만큼 도덕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국민과 역사가 요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도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말을 되짚어 보더라도 더 이상 대통령직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한나라당 못지않은 강경한 분위기였다.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선 ‘공범’ ‘탄핵절차’ 등 극한 용어가 잇따라 나왔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자금을 개인 빚 변제에 유용하고 불법자금 수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대통령이) 자금의 수령자임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어떻게 직무를 수행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만섭(李萬燮) 의원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이 부정한 자금을 받는데 옆에 앉아있었다고 한다”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직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가세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부산선대위가 보관 중이던 지방선거 잔금 2억5000만원을 자신의 측근인 선봉술씨에게 지급한 것을 당연히 민주당에 반환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특검을 기다리지 말고 연내에 빨리 석고대죄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말할 자격이 없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소도둑이 송아지 도둑을 나무라는 격”이라며 “노무현 캠프의 10배에 해당하는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해야 할 수준”이라며 자숙을 촉구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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