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350~400억 발언]불법 범위 모호…‘10분의1 논란’증폭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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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우리가 (선관위에) 신고한 금액은 260억∼280억원 정도인데 합법 불법 다 털어도 350억원 내지 400억원 미만이다”고 한 발언이 최근 ‘10분의 1’ 발언과 맞물려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 후보측이 올 초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의 정확한 액수는 274억2000만원.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불법 자금이 76억원에서 124억원가량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불법자금 규모를 시인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통상적인 정당활동비 등을 감안한 것이며 아무리 더하고 더해도 350억원에서 400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올 7월 대선자금 수입지출 명세를 공개하면서 밝힌 정당 활동비는 81억여원이고 총 지출은 361억여원.

따라서 윤 대변인의 설명대로라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불법자금이 거의 없거나 아무리 많아도 40억원(400억―361억=39억원) 미만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최근 4당 대표회담에서 “우리가 쓴 불법자금이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발언도 이를 근거로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신이 언급한 10분의 1 발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날 대선자금 총액을 언급했다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불법자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불법으로 유입된 자금과 불법으로 지출된 자금 모두를 불법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영수증 처리가 안 된 특별당비 24억원과 안희정(安熙正)씨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이 받은 자금 등 총 144억9000만원을 불법자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차떼기’ 불법자금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나라당은 노 후보측의 불법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느냐는 수치상의 비교는 일단 자제하는 분위기다.

‘10분의 1’이라는 노 대통령의 자의적 기준에 자칫 휘말릴 경우 노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한나라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이 지금보다 더 밝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수치상 비교를 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불법자금은 500억원 정도이고 혹시 더 나오더라도 100억원 미만일 것”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50억∼60억원 정도가 10분의 1에 해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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