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테플리카 “한국 IT역량 - 알제리 자원 시너지 기대”

  • 입력 2003년 12월 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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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Sun)과 바다(Sea)와 모래(Sand)의 3S로 상징되는 나라. 국토면적 238만km²로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땅에 석유, 천연가스가 풍부한 자원대국. 우리에게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와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의 출생지로 더 잘 알려진 알제리의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66)이 8일 국빈 방한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오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른다. 본보는 그의 국빈 방한에 앞서 김상영 국제부장을 알제리로 파견, 2일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과 알제리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내년 1월이면 14년이 됩니다. 현재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4년 동안 양국 관계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무역 측면에서 알제리는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국의 네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 교류와 한국의 알제리 투자는 아직 제한적인 실정입니다.”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양국 관계에 추진력을 주자는 것입니다. 이번 방문이 한국 고위당국자들의 알제리 방문으로 이어져 양국의 정치적 관계를 강화하자는 것이지요.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알제리가 제공하는 좋은 기회를 한국의 투자자들이 놓치지 말라고 설득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노 대통령과 공통의 국제 관심사에 대해서도 논의하겠지요.”

―현재 알제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는 어떤 것들입니까.

“알제리는 130여년간 지속된 식민통치에 대항해 전쟁을 치른 끝에 1962년에야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40년간 국가 재건사업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경제 사회 문화에 걸쳐 1962년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데 방한 후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계신지요.

“양국의 교류는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확대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책임 있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만남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지다 보면 다른 분야의 협력도 열릴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최초의 민선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관료주의 타파, 시장경제 도입, 유럽연합(EU) 및 세계무역기구(WTO) 등 세계경제체제로의 편입, 교육개혁 등 개혁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당선 이후 가장 큰 성과와 아직 모자란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국가시스템을 EU 회원국 수준 또는 WTO 가입기준에 맞춰 개혁하려고 했습니다. 교육시스템 개혁, 국민화합, 민주적 절차 강화, 광범위한 경제자유화 조치, 민영화 등을 목표로 했지요. 이렇게 이루어진 조치는 국민생활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경제재건 프로그램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목표를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알제리는 최근 6%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0%가 넘는 실업률과 에너지 부문에의 과도한 의존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실업대책은 무엇이고 에너지 산업을 대체할 산업은 어떤 것입니까.

“알제리 경제는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적자원도 잠재력이 큽니다. 문제는 잠재력을 개발해 직접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투자가 들어오면 경제활동이 다양해지고 고용도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개혁의 본질적 목적 중 하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투자자들을 대환영합니다. 알제리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받을 것입니다.”

―정보통신 현대화사업과 금융제도 개혁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문에서 한국과는 어떤 협상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특히 시디 압델라 신도시 건설 및 연구단지 조성과 관련해서 한국과 어떤 협력을 예상하십니까.

“한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룩한 기술 수준은 알제리와의 협력을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시디 압델라 신도시에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테크놀로지 단지를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한국 평가단의 활동이 투자로 이어지면 새로운 차원의 상호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외교부 장관 시절 비동맹운동을 주도하면서 북한에도 다녀오셨습니다. 북한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서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와 해결책을 말씀하신다면….

“이 문제는 국제법 및 대화와 합의를 존중하는 바탕에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각 당사자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되새겨야 합니다. 저는 관련 당사국 지도자들이 이런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과 북한이 평화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알제리는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에 대한 우정으로 한반도 통일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대통령께서는 1974년 유엔총회 의장을 하시면서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명이고, 또 하나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의 유엔총회 연설 성사였습니다. 결정에 용기와 신념이 필요했을 텐데요.

“당시 직면했던 어려움은 세계를 지배하던 힘의 양극화가 가져온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뒤에 일어난 일을 보면 상황을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아라파트 수반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남아공은 다인종이 사는 민주국가가 되었습니다. 빠르건 늦건 팔레스타인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최근 알제리의 9개 신문이 언론탄압에 항의해 하루 동안 일제히 발행을 중단했다고 들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정부가 압력을 가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제리는 완전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신문 스스로 초래한 빚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했으면 부채를 줄여야 할 일이지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입니다.”

―세계는 지금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알제리 역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가 빈번한 곳이었는데 최근 테러가 감소했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알제리 국민이 테러리즘을 거부한 것이 변화의 비밀입니다.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친 것도 비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라크 문제는 주권을 가진 이라크 국민을 떠나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또한 국제법에 대한 존중 없이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 4월 대선에 재출마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나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만일 대선에 다시 출마하기로 결정한다면 알제리 국민에게 먼저 알려야겠지요.”

―대통령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국민을 결집해 신뢰를 복원하고 희망을 되살리며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감싸 안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당선 이후 제가 확신을 갖고 시도해 온 일입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강력한 경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해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대한 나라입니다.”

―후세에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자신의 조국을 21세기에 걸맞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일을 시도한 화합의 인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youngkim@donga.com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 약력▼

1937.3.2 우즈다(현재 모로코)에서 출생

1956 독립전쟁을 위해 국민해방군에 입대

1962 알제리, 프랑스로부터 독립

초대 청소년·체육·관광 장관

1963 국회의원

1963∼78 외교부 장관

1974 제29차 유엔총회 의장

1980 해외 망명(정권과의 불화가 이유)

1987 귀국

1989 국민해방전선(FLN) 중앙정치국원

―1998 무소속 후보로 대통령 출마 선언

1999.4.15 무소속 후보로 대통령 당선(임기 5년)

▽ 특이사항

미혼

1971년 외교부장관 시절 북한 방문

▼알제리는 어떤 나라▼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리는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과 ‘페스트’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국토 면적은 238만km²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넓고, 한반도보다는 10배 넓다. 인구 3017만명 가운데 81%가 아랍인이며, 19%는 자체 언어를 사용하는 북아프리카 토착민족 베르베르인이다.

1962년 프랑스의 132년 식민지배에서 독립했다. 독립전쟁 과정에서 100만명 이상이 처형돼 프랑스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확인된 석유매장량이 92억배럴로 세계 14위.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의 96%가 석유와 가스다.

한국과는 1990년에 수교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전자제품을 주로 수입하고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고 있다. 2002년 교역액이 4억달러에 육박하는 아프리카 내 한국의 4번째 교역국으로, 2003년 5월 현재 한국인 44명이 알제리에 체류 중이다.

북한과는 63년에 수교했다. 90년대 이전까지 외교무대에서 줄곧 북한을 지지했으나 냉전 종식 이후 실용주의 외교노선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현재 북한과의 교류는 미미하다. 1998년 주 알제리 북한대사관이 폐쇄된 뒤 리비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업무를 함께 보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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