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특검 거부]한나라 “분노 참을수 없다” 전면투쟁 선언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4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하고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 103명은 이날 작성한 사퇴서의 처리를 당 지도부에 위임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하고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 103명은 이날 작성한 사퇴서의 처리를 당 지도부에 위임했다. -서영수기자
“어떤 말로도 가슴속 분노를 표현하기가 부족하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25일 오후 국회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한 데 대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말을 아낀 채 “내일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가겠다”는 짤막한 말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소속 의원들은 박수와 격려로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결연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어 소속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최 대표에게 일괄 위임하고 내일부터 등원을 거부키로 결정하는 등 전에 없이 민첩한 대응을 보였다.

이날 한나라당은 아침부터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요당직자회의, 긴급대책회의, 의원총회 등을 잇달아 열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청와대로부터 ‘특검법 거부’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도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침을 신속하게 결정한 뒤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의원총회에선 “의원직을 총사퇴해야 한다” “등원해 재의에 나서야 한다” “등원을 거부해야 한다”는 등의 온갖 방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졌다.

그러나 의원들로부터 모든 결정권을 위임받은 최 대표는 의총에 참석한 의원(103명)의 사퇴서를 회의장에서 직접 받았고 등원 거부, 단식투쟁 등의 대응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이 같은 초강수는 당초 지도부가 긴급대책회의에서 잠정적으로 내렸던 국회농성→의안심사 거부→7일간 대외홍보 활동→등원 거부→의원직 총사퇴로 이어지는 단계적 투쟁방식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

최 대표가 이 같은 초강경 대응 방침을 결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와의 전면적인 투쟁을 앞세움으로써 당 내 각 세력간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다는 게 당 내 일각의 시각이다. 노 대통령과의 대치를 체제 공고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한편 최 대표는 이날 단식선언 직후 “단식을 결심한 것은 3, 4일 전”이라며 “당시 내가 ‘마음속에 중대한 결심이 섰다’고 말한 것은 단식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식 기간에 물 이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단식을 해 봤느냐’는 질문에 “80년대에 야채 효소단식을 15일간 해 봤다. (농담조로) 요즘 체중이 늘어나서 좀 뭣했는데 잘됐다”며 웃어넘겼다. 최 대표는 “가급적 대표실을 떠나진 않겠지만 기력이 떨어질 때까지는 공식행사에도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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