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행사 언제까지 돈타령인가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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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폐막한 제주 민족평화축전에 참가했던 북한 대표단이 비행기 출발시간을 늦춰가면서까지 남측에 대가를 요구했다고 한다. 남쪽에 내려와 융숭한 대접을 받고는 돌아갈 때 돈을 더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북측의 모습이 보기 민망하다. 이번 소동으로 민간 차원의 대규모 남북교류라는 행사의 명분도 무색해졌다.

행사를 주최한 조직위에 따르면 남측은 북측이 400명을 보내는 것을 조건으로 220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막판에 예술단과 취주악단의 불참을 통보하며 190명만 내려 보냈다. 애당초 ‘계약조건’을 어긴 것은 북한인데도 원래 약속한 돈을 내라고 고집을 부렸으니 이런 억지가 또 있을까 싶다.

북한이 이렇게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나오게 된 것은 우리 쪽의 탓이 크다. 그동안 정부당국과 방송국 등이 갖가지 남북 공동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면서 그때마다 대가를 내건 것이 북한에 버릇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일도 조직위측은 ‘대가가 아니라 개런티’라고 강변하지만, 명목이 무엇이든 돈으로 남북행사를 사려고 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남북행사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무엇보다 대가에만 집착하는 북측의 태도는 남측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민족동질성 확인과 교류협력이라는 남북행사의 대의(大義)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남북행사가 순수한 교류의 장이 되려면 남북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먼저 남측 단체는 돈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북한이 과도한 요구를 하면 당분간 행사를 포기하면 그만 아닌가. 북측도 남북행사의 원래 취지에 충실할 때 남측의 더 큰 이해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민간교류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지난번 장관급회담에서 결론짓지 못한 남북 사회문화추진회의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남북교류는 이쯤에서 끝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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