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자금' 수사 확대 파문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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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 수사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행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차제에 지난 대선과 함께 16대총선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도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검찰에서 지난 총선 당시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일부 구 여권과 야당 중진의원 2-3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같은 제안이 정치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은 23일 "검찰이 SK비자금 뿐 아니라 대선자금 전체와 (2000년) 총선에 즈음해 정치권에 흘러든 불법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전모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이 이번 일을 계기로 털 것은 털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이라며 정치개혁의 일환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돈웅(崔燉雄)의원의 100억원 수수로 인해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을 더욱 압박하는 동시에 총선 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측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당초 최도술(崔導術)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11억 수수 의혹이 제기될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청와대와 당시의 통합신당을 협공하는 국면이었다.

그러다가, 최돈웅 의원의 돈 수수 시인이후 민주당과 신당측이 한나라당을 몰아세웠고, 이어 총선 자금 문제를 우리당측에서 거론하면서 양상이 달리 전개되는 등 각종 정치자금 문제로 3당이 물고 물리는 복잡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 발언 직후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이 "대선자금에 있어서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은 큰집 작은집의 관계이고, 열린우리당이 큰소리 칠 입장이 못된다"고 각을 세우면서 "검찰총장도 아닌 김원기 의원이 뭣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려드느냐"고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200억 수수 의혹에 이어 3천만달러 추가 수수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온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당시 동교동계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주로 호남이 지역구인 민주당 중진들이 집중 타깃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측이 "신당의 세 확대를 염두에 둔 억지 정계개편의 일환 아니냐"고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한나라당 역시 일부 중진들의 총선 자금 연루가 검찰 수사 대상에 포착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곤혹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총선자금 수사 확대는 최돈웅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분산, 희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여당의원이었던 현 우리당 의원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반격의 카드로 삼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권 전 고문의 비자금이 당시 신진 수도권 의원들에게 대거 유입됐다는 소문이돌고 있고, 이들중 상당수가 우리당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자금 수사 확대가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계산인 것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이날 조찬기도회에서 "과거 대선때 민주당도 그렇고 민주당과 관련해서 권노갑씨의 200억원, 박지원씨의 150억원, 굿모닝시티, 대통령 측근들의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법의 집행은 공정해야 정의의 편이라는 원칙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속에 총선자금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불법 정치자금 근절 여론은 더욱 고조되면서 각 정당 및 검찰간 공방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정국의 불투명성은 그만큼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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