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두율 '北비밀 여권' 왜 공개했나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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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의 형사처벌 수위와 관련한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이 송씨의 이중여권 사용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15일 전격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중여권 사용 가능성 공개 배경=수사팀이 그동안 송씨 수사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이중여권’ 사용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가 이 같은 사실을 먼저 자발적으로 밝힌 점도 특이한 정황이다.

검찰의 이런 행동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송씨의 선처를 강하게 요구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송씨가 북한의 비밀여권을 받아 방북한 것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증거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청와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송씨에 대한 선처 기류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공개한 송씨의 이중여권 사용 행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통보받지도, 활동하지도 않았다’는 지금까지의 송씨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이 경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주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돼 송씨의 구속은 불가피해진다.

▽송씨 처리 전망=현재 검찰 내에서는 서울지검 수사팀을 중심으로 송씨를 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검 수뇌부도 이 같은 강경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가 있다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점. 강금실(康錦實) 장관의 경우 대통령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행정부의 각료라는 점에서 검찰총장과의 협의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강조한 송씨의 ‘포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송씨의 이중여권 사용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송씨의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임명 및 활동 혐의의 개연성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 강 장관도 청와대의 선처 요구를 마냥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강 장관은 구속 기소 쪽으로 기우는 검찰과 내심 선처를 바라는 청와대 사이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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