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참모들에게 '재신임투표' 함구령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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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에 관한 주무 수석비서관인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4일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입을 꿰매기로 했다"고 함구로 일관했다.

이는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는 나와 정치권 사이에 풀어갈 문제"라며 "재신임 투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데 따른 것.

노 대통령은 또 "재신임 국민투표는 정치적 문제인만큼 각 수석비서관과 보좌관은 이에 깊이 관여하거나 영향을 받지 말고 일상적인 국정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민생 관련 법안이 차질없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만큼 두 배 더 업무에 진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에게만 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관점에서 진행상황을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함구령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관리에 차질없이 진력해달라는 취지"라며 "언급 자제에는 문 실장과 유 정무수석도 포함되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10일 '재신임' 카드를 던진 이후 일부 참모들이 정책 연계 국민투표 방안을 제기하는 등 노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얘기를 한데 따른 질책의 성격이 담겨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정무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재신임'을 '신임'이라는 표현으로 고쳐 사용키로 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뒤 처음 국민의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신임을 묻는다는 뜻의 '재신임'이란 용어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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