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관전기/김종석]中企엔 관심없는 중기協 감사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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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에 대한 국회 산업자원위의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이 중기협의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 지원 및 회생’보다는 비본질적인 부분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한 야당 의원은 국감을 시작하며 “국감 때문에 방북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해 아직 피로가 안 풀렸다”는 중기협 회장의 인사말을 문제 삼아 호통을 쳤다.

또 다른 의원들 상당수는 중소기업체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보다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인사가 경력을 허위 작성해 중기협 임원으로 오게 됐다는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했다.

어떤 의원은 중기협 회장에게 내년 총선에서 전국구 국회의원 자리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어 실소를 자아냈다.

일부 의원들은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인력난, 자금난 등을 지적하면서 중기협이 중소기업을 위해 보다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인 ‘주5일 근무제’,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당사자가 바로 의원 자신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기협은 의원들에게 매력 있는 국정감사 대상은 아니다. 피감기관이 권력기관도 아니고, 또 관심을 끌 만한 대형 비리나 정치적 사건과의 관련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중기협의 적극적인 자세도 아쉬웠다. 의원들의 질책을 받아넘기기에 급급해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아무튼 이날 국정감사는 고통 받고 있는 중소기업인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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