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쇼크]“TV선 왜 宋씨 미화하나요” 젊은세대 혼란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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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가 북한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층이 심각한 ‘대북(對北)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 등에서 송씨를 두둔하거나 비호하는 발언을 계속해온 데다 ‘반핵·반김’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진보세력이 송씨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한 이념 대립 양상을 보여 이 같은 가치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혼란의 원인=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일 ‘법대로’라는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이 송씨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해온 데다 공영방송인 KBS까지 나서서 송씨를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이 이 같은 혼란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강금실 법무부 장관), “송씨 초청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송석찬 통합신당 의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나름대로의 선정 기준에 따라 송씨를 초청한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이강래 통합신당 의원)는 등 정부와 정치권의 인사들이 송씨를 옹호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현 정부 일부 인사들의 대북 문제, 이념 문제에 대한 편향된 발언과 송씨에 대한 일방적 미화가 국민들의 이념적 혼란을 가져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혼란의 소용돌이=2일 송씨의 기자회견 뒤 각 언론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시간당 수백건씩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돈도 없는 나라에서 일개 학자에게 학문 연구하라고 15만달러씩이나 주는 것이 가능한가.’(ID:habitant)

‘북한은 같은 민족인데 동맹은 아니다. 화해하자더니 요즘은 완전 적국 취급하고 있다. 대통령이 북한을 어떻게 여기는지 국민에게 해답을 주어야 한다.’(ID:부산사람)

‘공작원이란 게 정말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송씨처럼 나약하게 생긴 사람이 공작원이라니….’(ID:텔레토비)

‘우리나라 정치인 기업인도 다 김일성 김정일하고 사진찍으려 하지 않나요.’(ID:듀엣)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공작원’ ‘충성서약’ 등의 용어가 뜻하는 의미를 제대로 모르거나 북한에 대한 기본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이와 함께 “청와대 국가정보원 KBS가 짜고 만든 것이며 이참에 정부기관 내부에 깊숙이 들어서 있는 고정간첩들도 전부 색출해야 한다”거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만드는 신(新)색깔론에 불과하다”는 등 양극단을 달리는 의견들도 뒤섞여 있었다.

▽어떻게 봐야 하나=전문가들은 실정법 존중과 남북교류 확대라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정부가 ‘눈치보기’로 일관해서는 안 되며, 공식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응책을 제시해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법대 한견우(漢堅愚) 교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될수록 송씨 문제를 대북 관계를 고려해 정치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다만 사법처리의 수위를 조절하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趙大燁) 교수는 “현행법을 우선으로 하되 끊임없는 갈등과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개정·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북한학과 안영섭(安瑛燮) 교수는 “민주화 이후 젊은이들이 북한이라는 존재에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며 “민주주의의 가치에 따라 송씨가 북한에서 한 행위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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