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거물공작원 송두율] "김일성 먹었다던 썩은 감자국수 먹으며 눈물"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19분


국가정보원이 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1990년대 후반에 입수한 송 교수 관련 북한 정보기관의 내부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당시 해외에서 활동 중인 국정원 직원이 서방 국가의 정보국 직원과 유럽 지역에 거주하는 정보원 등을 통해 극비리에 입수한 것. 이 자료에는 송 교수를 포함해 유럽에서 활동 중인 북한 공작원들의 활동 내용 등이 일지 형식으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이 중에는 유럽의 북한 정보원들이 북한의 본부로 보낸 비밀문서의 사본도 일부 포함돼 있다.

송 교수는 물론 북한측은 송 교수가 귀국해 국정원의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국정원이 이 같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조사 초기에 자신의 대북 활동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던 송 교수가 국정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매우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김철수’라고 불린 것도 부인하던 송 교수가 노동당원이라는 사실을 포함해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을 보면 자료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자료에는 송 교수 자신과 북한의 최고 간부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송 교수가 1980년대 북한에 입국해 김일성 주석에게 충성심을 보여 준 ‘썩은 감자국수 사건’이다.

당시 송 교수가 북한에 입국하기 직전 북한에서는 빨치산 항일투쟁 당시 식량난을 겪던 김 주석이 버려진 썩은 감자를 말려 국수로 만들어 먹은 것을 본받아 썩은 감자로 만든 국수 먹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북한에 입국해 이 운동을 뒤늦게 들은 송 교수는 썩은 감자로 만든 국수를 직접 먹으며 “김일성 주석 같은 민족의 애국자가 어디 있느냐”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또 자료에는 송 교수가 유럽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비밀리에 만난 시간과 장소, 상세한 대화 내용 등도 기록돼 있다. 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2001년 당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이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답변에서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우리 정보기관이 판단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믿는다’고 답한 것도 바로 그가 국정원장 시절 이 자료를 직접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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