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서성 대법관 “정부 우왕좌왕 사회중심 흔들려”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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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국민과 더불어 우리들(법조인)은 큰 기대에 차 있었으나 현실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11일 퇴임하는 서성(徐晟.사진) 대법관이 8일 오후 4시반 서울지방법원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강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서 대법관은 이날 ‘법관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고 정치권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어 우리사회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법원이 한국사회의 중심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는 동네북이 된다”며 “모든 분야에서 개혁과 변화는 필요하지만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개혁에 대해 “현행 대법원 운영체제를 볼 때 실무에 능한 사람을 대법관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의 대법원 구성은 법관 출신을 주로 하되 변호사 교수 검사 등 다른 직역으로 확대하면서 종전의 기계적인 서열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가지 이유와 연혁에서 헌법재판소가 탄생했지만 앞으로 헌법이 개정된다면 대법원과 헌재가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일반 법관들을 상대로 퇴임강연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대법관이 정부에 대해 비판 의견을 공식적으로 피력한 것도 이례적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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