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다음에 언제 다시 만날지 불분명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31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6자회담 1차회담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29일 마무리됐다.
이번 회담은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를 위해 2차회담을 계속한다는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끝내 공동합의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회담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의 긍정적인 성과는 6개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선 북핵 상황의 악화를 막는 가운데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점이다.
그러나 6개국이 2차회담의 구체적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이를 추후 논의키로 한 데 그친 것은 회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회담 참가국들은 회담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에 앞서 2차회담 일정 조정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참가국들이 이번에 공동합의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북한이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반발하면서 각자 입장을 발표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4월에 열린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다. 6개국이 회담의 지속을 위해 노력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이 그나마 3자회담보다는 진전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3자회담에 비해 과연 어떤 점이 유용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후속 회담에서 북-미의 현격한 입장차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얼마나 절충, 중재할 수 있을 것인가와 직결된다.
일단 차기회담 재개에 관해선 한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 대표단에 미국 정부가 2차회담에 가서야 협상안을 제시할 것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회담부터는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1차회담에서 미국이 취한 태도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설득이었다.
북한이 회담 폐막식에서 6개국이 공감한 합의내용에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회담 기간 중 몇 차례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이해를 구한 것은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우리의 역할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주최국으로서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 중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태도로 2차회담 성사와 본격적인 협의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양자접촉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러시아와 핵문제보다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치중했던 일본 정부가 북한과 미국에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기 회담의 관건은 역시 미국의 태도다. 미국의 강온파는 북한 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 아직 뚜렷한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라고 미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미국의 강경파들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전환되지 않을 경우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을 문제 삼을 경우 6자회담의 진척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이 과연 선(先)핵폐기 입장을 접고 북한의 요구대로 동시병행의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의할지 여부도 큰 관심거리다.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6자회담 참가국 입장 비교
참가국회담 목표핵문제 논의 절차구체적인 해결 방안
미국북한의 핵계획을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게 파기선(先) 핵포기→후(後) 안전보장 논의북 핵포기→핵포기 확인 후 안보상 우려되는 문제를 다른 나라와 토의→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 북-미 양자회담 개최
북한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조건으로 한 한반도 비핵화북-미 양자가 동시행동 조치 추진-미국=불가침조약 체결→북-미 외교관계 수립→북-일, 남북 경협보장→전력손실 보상 및 경수로 완공-북한=핵무기 개발 중지→핵사찰 허용→핵시설 해체→ 미사일 발사 보류 및 수출중지
한국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 현상동결북핵 폐기와 안보우려 동시 해결핵 포기 및 북한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논의를 포괄적으로 해결. 대북 경제지원 계속
중국핵문제 평화적 해결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안보 우려 동시 해결불가침 조약 체결문제는 북-미 직접대화로 해결. 핵문제 해결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러시아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일괄 타결 방식의 로드맵 작성한반도 긴장격화 예방을 위한 긴급 대책 필요
일본북핵 폐기포괄적 해결핵문제와 미사일,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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