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취소땐 눈앞 캄캄 고향처럼 편해요”北응원단 이은혜씨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35분


“고향에 온 것 같습니다.” 북한 응원단원인 이은혜씨는 “17일 도착 일정이 취소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고향에 온 것 같습니다.” 북한 응원단원인 이은혜씨는 “17일 도착 일정이 취소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우리 동포가 사는 남쪽 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21일 개막한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북측 응원단으로 참가한 이은혜씨(20·평양연극영화대·사진). 빨간색 티셔츠와 야구모자, 베이지색 바지를 차려 입은 모습이 발랄하다. 전날 김해공항에 도착했을 때 흰색 저고리, 검정 주름치마의 단아한 차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숙소인 팔공산 중턱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남쪽에서의 첫 밤을 보낸 그는 이날 오전 9시 연수원 앞 잔디 운동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전날 밤 늦게 숙소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짐 정리를 한 뒤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었으니 피곤하기도 할 터.

그러나 함께 온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응원가 ‘통일 오작교’를 부르는 모습에서나, 박수 장단에 맞춰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외치는 모습에서나 힘들어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꼭 고향에 온 느낌입니다. 잠자리도 편하고 불편한 게 아무 것도 없을 정도로 모두 잘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 온 응원단은 북한 전역에서 골고루 선발됐다. 평양연극영화대학 외에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사리원1사범대학 등 각 대학에서 추천한 학생들이라는 것. 전공도 미술 음악 무용 외국어 등 다양하다.

이씨 등 이번 응원단의 모습은 지난해 10월 부산아시아경기 때 처음 왔던 응원단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에 왔던 응원단이 다소 굳은 표정에 기계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면 이번 응원단의 표정은 훨씬 부드럽고 분위기 또한 자유스럽다.

또 빨간 립스틱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한 듯 만 듯한 옅은 화장으로 풋풋함이 돋보인다.

“17일 도착하려던 일정이 취소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첫 남쪽 방문에 마음이 설♬거든요. 그러나 이렇게 오게 되어 더 기쁘네요.”

이씨는 “응원연습을 많이 했으니 잘 지켜봐달라”며 북한과 덴마크의 남자배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체육관으로 떠났다.

대구=특별취재반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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