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신문사 상대 소송제기]“法잣대로 권력감시 무력화 시도”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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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언론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 인사와 언론학자들은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국론 분열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나라는 소송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 당사자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그렇다고 해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너무 가볍게 처신한다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형인 노건평씨 땅 문제 등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굳이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천일(朴天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섬으로써 공무원들에게 ‘언론에 적극 대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국민으로 하여금 주류 언론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면서 “정권과 언론의 갈등은 물론 국가적으로 편가르기 현상이 심화돼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곧장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 절충이라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며 “의혹 제기를 통해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허물려는 시도이다”고 말했다.

이재진(李在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규제장치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나 법적 소송은 장기적으로 효율성도 없을뿐더러 ‘정치 전략적’ 수단이라는 비판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시판에는 “대통령의 소송은 친인척 비리 등 개인 차원의 일이므로 소송비용엔 세금이 쓰여선 안된다”(jerk) “나라 경제 걱정하랬더니 재임 5년 동안 법정 출두해 증언만 하다가 시간 다 보내겠네”(woorim) “군사정권에서도 못한 일을 하니 대단한 정부다”(byc840) 등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본보 관련 소장 주요내용▼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부 언론의 보도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대상이 된 기사는 대부분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의 국회 발언 내용을 인용 또는 보완 취재해 보도한 것이다. 노 대통령측이 일부 언론사와 함께 김 의원을 피고에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소장의 동아일보 부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진영읍 여래리 대지 및 상가 관련

―해당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노 대통령일 가능성이 있다는 김문수 의원의 발언을 사실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해 노 대통령이 부동산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오인토록 함.

―처남 민상철씨가 해당 부동산을 살 때 박희자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도 5억원을 빌린 것처럼 보도하는 등 노 대통령 주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처럼 오인토록 함.

②대선 자금 관련

―노 대통령측이 대선자금을 장수천 채무변제 용도로 이기명씨에게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나라당측 관계자 및 김문수 의원의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

③진영읍 신용리 임야 관련

―김기호씨와 한나라당 당직자의 대화 녹취록을 그대로 전재해 노 대통령이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평을 타인 명의로 매입해 부동산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오인토록 함.

④장수천 주식보유 신고 관련

―노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 당선 뒤 재산등록 때 장수천의 주주로 등재돼 있지 않았는데도 ‘노 대통령 장수천 주식보유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이 장수천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재산윤리법을 위반한 것처럼 오인케 함.

⑤이기명 소유 용인 토지 관련

―이기명씨가 용인 토지를 매각할 때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행정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도하고 또 노 대통령이 측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처럼 보도.

―이기명씨 소유의 용인 토지에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행정절차 진행과정에 마치 압력이나 특혜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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