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1000여명 시위 盧대통령 5·18기념식 차질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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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들의 불법적인 기습시위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23주년 기념식이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시위로 정문 입장이 어려워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후문을 통해 행사장에 18분 늦게 도착했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학생들에 의해 옷이 손상되는 등 무질서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불법단체인 한총련 대학생들이 인도에서 피켓시위를 할 것으로 오판해 경비를 소홀히 한 데다 이들이 기념식장 내로 진입해 점거농성을 벌이는 상황마저 제어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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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소속 대학생 1000여명은 이날 기념식이 열리기 15분 전인 오전 10시45분경 광주 운정동 국립5·18묘지 입구의 도로를 기습 점거하고 한미정상회담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노 대통령 내외는 정문 입장을 포기하고 120m 떨어진 후문을 통해 기념식장으로 들어섰다.

뒤 이어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의원 등이 정문으로 입장하려다 학생들의 몸싸움 저지로 기념식 참석을 포기했으며, 먼저 입장해 있던 최병렬(崔秉烈) 의원 등은 기념식이 끝난 뒤 시위대를 피해 도로변 가드레일을 넘어 빠져나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까지 시위가 계속되자 다시 후문을 통해 다음 행사지인 전남대로 향했다. 경찰은 15개 중대를 동원해 오전 11시45분경에야 시위학생들을 강제해산했다. 학생들은 이날 ‘한미공조 폐기’ 구호를 외치면서 노 대통령에게 한총련 합법화와 6·15공동성명 이행 등을 요구했다.

한편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돌발사태였기 때문에 경호상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위해를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호과는 “미리 정보는 알았지만 참배객과 섞인 학생들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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