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전문가 대담…"盧-부시 北核문제 중간쯤서 합의"

  • 입력 2003년 5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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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4일 끝났다.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지만 총론에서는 양국이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애매한 봉합으로 끝났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5일 미국 워싱턴의 한국경제연구소에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태평양센터 소장과 조지프 윈더 미 한국경제연구소 소장과의 대담을 통해 진단했다.

▽플레이크=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 북한, 경제 관계, 완전한 동반자 관계 등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끝났다. 2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실패 때문에 기대를 크게 갖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앞 로즈가든에서의 기자회견 때 “노 대통령은 얘기하기 편한 상대이며 자기 의견을 분명히 말했다”고 한 것은 아주 좋게 평가한 것이라고 본다.

▽윈더=부시 대통령은 보수적이고 노 대통령은 진보 진영에 의해 선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첫 정상회담치고는 두 사람이 의외로 뜻이 맞았던 것 같다.

▽플레이크=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난번과 같은 실패를 피함으로써 손상된 한미 관계를 복구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공동성명은 오늘 현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매우 전향적으로 작성됐다.

▽윈더=한국인들 중에는 정상회담이 30여분으로 너무 짧아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국무부에서 30여년 근무한 경험으로 볼 때 아주 정상적인 공식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영빈관에서 지냈고 거기서 방문객들을 만났으며 많은 장관들을 접견했다.

▽플레이크=어느 대통령이나 비슷한 형식의 회담을 한다. 회담 시간이 30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찬을 하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윈더=노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세 번의 공식 연설을 했는데 모두 참석했다. 매번 편안했다. 솔직하고 자신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 상공회의소 만찬 때 노 대통령은 왜 미국과의 자유무역에 보다 더 적극적이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주저하지 않고 한국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정치인은 답변을 주저한다.

▽플레이크=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친미주의자가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

▽윈더=하지만 노 대통령이 미국에 잘 보이려고 했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는 뉴욕의 맨해튼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서울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여러 가지 측면을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플레이크=두 사람 사이에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완전한 합의는 없었다. 중간쯤에서 합의를 봤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두 사람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 ‘추가적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고 합의했다. 북한은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면 더욱 고립될 것이다. 한국도 남북관계를 미국처럼 핵문제와 연계시켜 놓았으니까. 사실 과거에는 한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윈더=균형을 유지했다고 본다. 특히 주한미군 재배치에 관한 부분에 의미를 두고 싶다. 재배치와 관련해 한국인들의 오해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한반도 상황과 연계해서 보지만 이 문제는 미국의 군사 전략의 문제다.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을 동맹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재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도 한국의 우려를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크=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한 견해 차이는 위협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와 관련이 있다. 지금의 위협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다. 이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동성을 높여야 하며 대규모 지상군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주한 미군 재배치를 밀어붙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그랬을 것이다. 최근 양국간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개선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윈더=그동안 한미 관계의 손상은 심각한 정도였다. 무엇보다 2명의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한 반작용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미래의 한미 관계라는 의제를 설정했고 북한 문제를 다루는 기초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양국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플레이크=한미 관계의 미래는 북한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남겨놓은 유산을 처리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집착해 북한에 대해 나쁜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 위협에 대한 실상을 왜곡시킨 측면도 있다.

▽윈더=북핵 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 심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다음 조치가 관심을 끌 것이다. 한미 양국은 핵문제의 다자적 해결을 원한다는 데 동의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체제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체제 보장은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것이다.

▽플레이크=나는 상당히 낙관적인 말을 해왔지만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하며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위해 협상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압박은 점점 더 가중될 것으로 본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 정상회담은 성공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협상한다(negotiate)’는 표현이 없었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곧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리=권순택 워싱턴특파원 maypole@donga.com

▼고든 플레이크 약력▼

△브링햄 영 대학 졸업

△브링햄 영 대학 국제정치학 석사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KEIA)

연구부장

△미 대서양위원회 연구원

△현 맨스필드 태평양센터 소장

▼조지프 윈더 약력▼

△미시간 대학 졸업

△미시간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

(MBA)

△미 국무부 개발 금융 통화 담당

△일본 및 인도네시아 주재 미 대사관 고문

△미 국무부 경제 분석 담당

△현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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