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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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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갈등을 다시 야기할 만한 사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신중히 대응해야 할 3개의 파고(波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여중생 사망 1주기 집회=다음달 13일은 지난해 반미감정을 촉발시켰던 미군 장갑차 치사사고로 사망한 신효순 심미선양의 1주기다. 이 사고 이후 촛불시위 등 각종 집회를 주도해온 ‘여중생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주기를 맞아 1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대위측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대회 기획안에 따르면 13일 오후 7시에 전국 및 해외 100여곳에서 동시다발성 추모대회를 진행하며 특히 서울시청 앞 행사를 마친 뒤 주한 미 대사관을 향해 촛불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범대위측은 이번 행사가 반미(反美) 집회가 아니며 반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정부의 고민은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혹시라도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미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폭력시위를 벌인다면 한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고건(高建) 총리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번 행사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한미군측도 여중생의 집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되는 노 대통령의 발언=외교문제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이 방미 중에 했던 말들을 지키기 위해 귀국한 뒤에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발언 내용과 의도가 달라질 경우 ‘말 바꾸기’로 비쳐져 부시 대통령과의 신뢰관계에 금이 갈 뿐 아니라 한미관계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6일 샌프란시코행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의 찬반 논란에 대해 “나는 개의치 않는다”며 “일부 의견에 따라 내가 입바른 소리나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면 큰 도움이 됐겠는가”라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북한의 반응=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도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북핵 문제와 남북경협 연계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외교적인 비난이나 대화불응 수준을 넘어서 폐연료봉 재처리 등 핵 개발을 강행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된다. 북한의 핵 개발 강행은 명백한 위협 증대 요인이다.
한미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위협이 증대할 경우 ‘추가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조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개발 강행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한미간의 입장차이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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